1. 국내 축산업 전망과 ICT 기술의 역할
가. 국내 축산업 현황
축산업은 우리 농업생산액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분야이다. 매년 농업생산액 상위 10대 품목 중에는 돈육, 우유, 계란을 포함한 축산물이 6개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돼지고기는 2016년부터 쌀과 함께 농업생산액 1위를 경합하는 품목이 되었다. 선진국의 육류 소비 추세를 감안하면 한국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은 여전히 낮은 편이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육류 소비도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미래 시장 전망도 밝다. 우리 축산 농가의 전업화와 규모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축산 농가의 기술 투자 여력도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그러한 한편, 한국 축산업은 여러 위기와 한계에 직면해 있다. 과도한 축산 분뇨 배출과 축산 악취로 인해 국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농업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이 때문에 축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과 ASF, 조류 독감 등 가축전염병은 국
민 경제에 높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양돈의 경우, 선진국 대비 폐사율이 높고 사료 효율은 낮은 고비용 생산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가품이 된 한우의 경우, 농축산물 수입 자유화로 저가격 고품질의 외국산 소고기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양계의 경우, 수직계열화로 인한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양계산업 가치사슬 내의 소득 배분의 불균형과 단일 종계에 의한 다양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나. 국내 축산업과 ICT 기술 수요 전망
한국 축산업은 농가 수는 감소하고 농가당 사육두수가 증가하는 등 규모화와 전업화의 추세가 뚜렷하다. 양돈의 경우, 전체 양돈 농가는 2010년 약 8,000호에서 2015년 약 5,000호로 거의 절반가량 줄었지만, 같은 기간 5천두 이상 양돈 농가는 3,000호에서 3,890호로 40% 이상 증가하였다. 그 결과 농가당 평균 두수는 1,280두에서 2,075두로 크게 증가했다. 한우의 경우, 영세 한계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2000년까지만 해도 가구당 평균 사육두수가 5.5 마리였으나, 2015년에는 28.4 마리로 15년 사이에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양계 농가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여서, 사육 농가는 점진적으로 감소하지만 가구당 사육두수는 증가하는 추세, 즉 전업화와 규모화의 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축산 농가의 규모화와 전업화 추세는 농가 인구의 고령화 및 과소화와 맞물려 있다.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가축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축사 환경과 시설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축산업 투자는 노동 중심의 축사 인프라에서 ICT 기술 중심의 축사 인프라 투자로 연결될 것이다. 이는 축산 현장에 ICT 기술에 기반한 인프라와 제품, 솔루션, 데이터웨어 등의 확산 기반 및 이와 관련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산 ICT 국내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주변국을 대상으로 하는 축산 ICT 글로벌 시장도 한국에 우호적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국이면서 최대의 수입국이다. 전 세계 돼지의 60%는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전세계에서 육류 소비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이며, 축산업 발전 가능성이 큰 대표 국가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유럽형 축산 ICT 시스템은 사계절 기후가 안정적인 유럽에 적합하도록 발전되어 동아시아 기후 조건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동아시아 환경에는 일교차와 연교차가 크고 습도가 높은 한국에서 개발된 축산 ICT 기술과 노하우가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는 한국 기술을 우호하는 시장이 될 여지가 높다. 중국의 경우,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
병으로 중국 내 양돈 농장의 30%가량이 무너졌고, 이로 인한 직접 손실이 170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ASF는 전염성이 강하여 이것이 발병했던 농장은 상당 기간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돼지고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새로운 신규 축사의 수요를 급격히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축산 ICT 기술의 미래 시장으로 중국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2. 국내외 축산 ICT 기술 수준 및 시장
가. 국내 기술 수준 및 시장 현황
국내 축산 ICT 기술은 환경 측정 센싱과 단순 축산 시설 위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이용한 축산 종합 관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ICT 기술의 축산 부문 접목은 타 분야에 비해 부족하며, 접목 분야도 가축 분뇨 관리, 가축 사양 관리 등 축산의 일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국내 축산 분야 IS(정보시스템) 활용 역시 민간 기업 주도의 사양 관련 프로그램과 정부 주도의 가축 분뇨 관련 프로그램으로 낮은 수준의 전산화를 구현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축종별로 살펴보면 한우와 젖소는 발정 탐지, 로봇 착유 등의 개체 관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나, 단순 정보의 수집 및 관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양돈의 경우 축종 중 국내 기술이 가장 발달되어 개체 관리 및 군사 관리가 가능하며, 사양 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결
하여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양계의 경우 ICT 기술은 환경 측정 센싱과 이를 이용한 환기 및 온도 관리에 편중되어 있다. 축산 농가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 축사는 국내 제품보다는 외국 제품을 도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설치 비용과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발생하며, 규격 차이로 인해 다양한 주변 제품과의 호환성이 떨어져 불편을 호소한다.
농가 단위의 분절적인 가축 사양 관리, 축사 및 축산 시설 환경 측정, 가축의 현 상태 단순 파악 등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개체 상태 측정 및 측정 센서와 사용자 간 인터페이싱 기술, 데이터 알고리즘 등의 ICT 제품과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여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통합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ICT 정보 관리 및 이용 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나. 해외 기술 수준 및 시장 현황
해외에서는 각 개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다양한 개체 및 축사 환경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육우와 낙농은 국내에 도입된 발정탐지기 이외에도, GIS, RFID를 이용한 분만탐지기, 개체별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각 개체별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이 발달하였다. 양돈의 경우 실시간 개체 관리를 수행하고,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사료 급이를 조절하고, 발성음을 통해 각 개체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수준까지 발달하였다. 양계의 경우 환경 측정뿐만 아니라 열의 변화를 이용하여 수정란 선별 및 건강 관리를 시행하고, 부리로 쪼는 음향을 측정하여 섭식 행동을 파악하여 먹이 섭취량도 측정하는 수준이다
다. 축산 ICT 기자재 시장 규모
국내 축산 ICT 시장 규모를 신뢰성 있게 추정한 자료는 거의 없다. 축산 ICT 기자재의 기술 수준과 서비스 모델이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농가의 축사 ICT 수요도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는 축산 ICT 도입기이므로 농가의 수요와 업체의 공급 상황 전개의 예상이 매우 불확실하다. 다만 송준익(2013)은 축산기자재 전체 규모에서 내구 연수 10년을 기준으로 교체 시장을 계산하여 연간 축산 ICT 기자재 시장 규모를 큰 틀에서 추정하였다. 송준익(2013)에 의하면, 축산 ICT 기자재 전체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이며, 연간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이다. 연간 시장으로 비교하면 양돈이 1,500억 원으로 가장 크고, 양계 280억 원, 젖소 126억 원, 한우 89억 원 순이다. 송준익(2013)의 자료를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하면 두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추정 당시보다 축산 ICT 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고, 축산 농가의 구조도 축산 ICT 기술이 진입하는 데 긍정적으로 변화하였으며, 데이터 기반 2차 서비스 시장이 생겨나고 있어서 현재의 축산 ICT 시장이 당시보다 매우 커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연간 2,000억 원 + @ 의 시장으로는 역량 있는 축산 ICT 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부족하기에, 축산 ICT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등 수출 시장 개척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해외 축산 ICT 시장 규모를 신뢰 있게 추정한 자료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극히 일부의 자료가 있지만, 근거가 약하고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양돈의 경우만 국내 시장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중국의 양돈은 전 세계 시장의 48%를 차지하며, 이는 한국 양돈 시장의 41배이다. 따라서 단순 계산으로 중국 양돈의 축산 ICT 시장은 약 60조 원 규모이며, 연간 교체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으로 추산된다. 축산 ICT가 발전한 유럽의 규모는 중국보다 큰 80조 원 내외이며, 연간 규모는 약 8조 원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한편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18년 75억3천만 달러에서 연평균 12.4% 성장해 2020년 125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3. 국내 축산 ICT 현황 및 문제점
가. 국내 축산 ICT 기업의 영세성
축산업과 ICT를 연결해 보려는 시도는 20년 전에 정부 주도하에 시작되었고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축산 ICT 수준은 아직까지 진입 초기 단계인 도입기로 판단된다. 성장기에 진입한 시설원예 ICT보다 낮은 단계에 있다. 한국의 축산 ICT 기업은 매우 영세한 수준으로, 국내 제품의 내구성과 성능은 외산 제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다. 국내 축산 ICT 기업의 영세성은 내구성 등의 품질 문제 이외에 AS망 등 수요자에게 절실한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는데도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나. 외산 장비의 고비용 및 정보공유체계의 한계
축산 ICT 분야의 외산 장비가 국산 장비에 비해 내구성과 성능이 좋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지만, 도입 비용이 고가라서 대규모 축산 농가를 제외하고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지 않아 보편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외산 장비의 경우 생산 데이터의 해외 유출 우려가 크고, 고급 분석을 위한 정보 공유에 대한 협조도 어려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밀 축산에도 한계가 있다. 외산프로그램에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 국산 ICT 장비 간 정보 통합의 한계
개별 기업마다 고유 기술을 활용하여 장비를 개발함에 따라, 통신 방식과 센서 등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현장 농가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국산 제품에 비해 외산 제품의 경우 네덜란드 Delphy 등에서 국내 선진 농가들이 직접 교육받고 체험한 제품이 많아 선호도가 앞선다. 따라서 외산 ICT 장비 대비 열악한 경쟁력을 극복할 수단으로써 국내 개발 축산 ICT 장비의 통합화와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개별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외산 제품과 대비했을 때, 국산 제품이 이미 보급된 양돈사양 관리 소프트웨어와 결합하여 통합 관리와 과학적 컨설팅 및 양질의 AS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 국내산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라. 빅데이터를 통한 정밀 축산 분석 기반 미흡
현재까지 국내 축산 ICT는 자동화 기반 구축 비중이 높으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밀 축산 단계까지는 진화하지 못했다. 즉, 노동력 절감이라는 하나의 이슈는 해결할 수 있으나, 사료 효율성 개선과 가축 질병 예찰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부가가치가 높은 복합 서비스 영역에 대한 활용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4. 정리와 제언
축산업은 한국 농업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분야이다. 하지만, 열악한 축사 환경, 노동력 부족, 축산 악취와 미세먼지 배출, 축산 분뇨 처리 부담, 90%가 넘는 사료의 수입 의존도로 인한 외화 지출과 물질 수지 불균형, 항생제 과다 사용 우려, 구제역과 ASF 등 가축전염병 반복,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食 다양성 부족 등 구조적 난제를 유발하고 있다. 축산 난제의 대부분은 정책 규제와 스마트축산 기술개발 믹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정책 규제는 농가 수익 하락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현장의 저항이 크고,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장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스마트축산 기술 개발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국의 스마트축산 기술 개발은 20년 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었다. 현재도 과기부의 스마트 축사 개발, 농식품부의 스마트애니멀팜, 농진청의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 개발 등 전문 직업연구자 그룹이 주도하는 Top-down 방식의 스마트 축산 기술개발 프로그램이 다수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은 한국 축산 농가의 지불 능력 및 현장 기술 수용성과 괴리가 큰 High Cost High Tech 形의 파편적 기술모델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거리감이 크다. 이에 국내 선도 농가들은 외국 제품을 자체적으로 구매하여 독립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위 농가들은 정부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여 장비 구매와 폐기를 반복하는 소모적인 상황이다.
현장의 선도 농가가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축산 스마트팜 복합 모델의 개발과 고도화는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축산업의 구조적 혁신과 활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전문 연구자 그룹이 아닌 현장의 프론티어 농가가 주도하여 축산 스마트팜 복합 모델을 설계하고 전문연구자 그룹이 이를 뒷받침하는 상향식 모델 개발을 시도해야 한다. 축산 농가 단위의 스마트 축사 모델이 개발된 이후에는, 개별 농가 대상의 축산 스마트팜 모델을 농가, 지역, 국가 단위의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K-스마트 축산 모델로 확장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여 축산 농가와 전문가가 통합된 데이트 셋을 활용하는 데이터 네트워크 기반 축산 스마트 큐어, 케어 솔루션 및 관제 시스템을 포함하는 국가 단위의 K-스마트 축산 솔루션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스마트 축산 솔루션을 적용하는 가입 농가의 수가 많아지고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사료 효율 최적화, 질병 예찰방제, 축사 재난 보호, 원격 진료 등 다양한 2차 서비스 모델이 많이 발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축산 농가는 작업 편의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고, 국가는 정밀 관제를 통해 축산 난제의 해결 가능성을 높여 공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 정립된 K-스마트 축산 복합 솔루션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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