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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개발

코로나19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해외 곡물 도입 정책 진단(2)

다.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

1) 추진 배경

2000년대 후반 국제 곡물시장 위기가 발생하자, 국제 곡물의 수급과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조기경보 시스템이란 사전에 위기를 예측하고 향후 발생할 위기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축된 체계를 의미한다. 

2)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과정 및 체계

2007~08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이후,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호접근모형을 활용한 위기 지수 및 위기 구간 선정과 조기경보지수 산출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후 2014년에 ‘위기’를 재정의하고, 신호접근모형 이외에 순위프로빗모형, 인공신경망모형을 추가하여 조기경보지수를 재산출하였고, 이들 지수를 활용한 조기경보 시스템 체계를 마련하고 위기 단계별 대응 매뉴얼(안)을 구축하였다. 2016년에는 각 조기경보모형에 따른 위기 지수를 재추정 및 보완하였다.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은 국제 곡물의 수급 및 가격의 상시 모니터링,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 대응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곡물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4년 당시 구축된 조기경보 시스템은 국제 곡물 수급 상황을 판단하는 부분과 국내 파급 영향을 고려한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적용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위기 경보 단계 판단은 다양한 조기경보모형을 통해 산출되는 조기경보지수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서 수행 중인 국제 곡물 관측 사업을 통한 국제 곡물 수급 상황 모니터링으로 구성된다. 이때 ‘위기’란 ‘국제 곡물 가격 급등 및 높은 수준이 유지되어 국내 물가에 상당한 파급 영향이 우려되는 경우’를 말하며, 위기 경보 단계는 ‘안정’, ‘주의’, ‘경계’, ‘심각’으로 구분된다. 2014년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당시 각 위기 단계별 대응 매뉴얼(안)을 마련하여 각 단계별 공급·유통·소비 부문과 기관·단체의 조치사항 
및 역할을 제시하였다

3) 전문가 정책 평가 결과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하여 평가자의 68.7%가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을 통한 정보 제공 가능(56.1%)’, ‘위기 발생 시 매뉴얼에 따른 조기 대응 중요(40.9%)’ 등을 이유로 해당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낮은 국제 곡물시장 예측력(43.8%)’, ‘위기 지수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및 홍보 부족(37.5%)’ 등으로 운영 성과는 미흡하다고 평가하였다. 위기 대응력 향상 측면에서 ‘반입을 담보할 수 있는 물량 확보(40.0%)’, ‘정보 제공 및 홍보 강화(33.3%)’, ‘예측력 개선(23.3%)’ 등이 향후 수정 및 보완 사항으로 제시되었다.

4)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의 한계점

일반적으로 조기경보모형은 과거의 위기 발생 패턴을 통해 미래의 위기를 예측한다. 그런데 근래 국제 곡물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패턴은 과거 사례와는 달리 새로운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조기경보지수를 이용한 예측에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조기경보지수를 활용하는 목적을 미래 위기 발생 예측에 두기보다는 조기경보지수가 의미하는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향후 위기 발생 시 취약 분야를 선도적으로 파악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이후 최근까지 국제 곡물 수급이 비교적 안정 상태를 유지함에 따라 조기경보 역시 ‘안정’ 단계를 지속하면서 초기에 구축된 위기 대응 매뉴얼(안)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갑작스러운 위기 발생 시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시에 위기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코로나19와 관련한 국내 곡물 도입 현황2)

 최근 발생한 국제 곡물시장의 위기는 과거의 발생 패턴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970년대 식량 파동부터, 애그플레이션으로 불리는 2007~08년과 2012년의 곡물 가격 급등 현상은 대체로 국제 곡물 수급 상황이 급변하면서 발생하였다. 기상 악화로 인한 생산량 급감이나 신흥국 경제 개발 및 바이오 연료 개발 등을 통한 곡물 소비 확대 등으로 재고율이 평시 대비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기에 곡물 가격이 상승하였고, 이는 곡물시장 위기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양호한 공급 여건과 풍부한 재고율을 바탕으로 곡물 가격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곡물시장의 ‘위기’가 언급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가축 질병 발생,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
는 코로나19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국제 곡물시장 현황 

국제 곡물 수급은 양호한 공급 여건으로 인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곡물 재고율은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2008년 19%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3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품목별로는 2019/20년산 밀 재고율이 40.4%, 옥수수 27.5%, 콩 30.0%, 쌀 33.0%로 수급 상황이 양호함을 알 수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은 2020년 1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4월 평균 옥수수 선물가격은 유가 급락에 따른 바이오에탄올 수요 감소 등으로 3월 대비 10.3% 하락한 톤당 127달러로 나타났다. 콩 선물가격은 3월 대비 2.8% 하락한 311달러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미국산 콩 수출 경쟁력 약화, 미국 육류 관련 시설 일부 폐쇄로 인한 사료용 수요 감소 등으로 전월 대비 하락하였다. 반면, 4월 말 선물가격은 199달러로 3월 대비 1.1% 상승하였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3월 하순부터 4월 상순까지 빵과 파스타 등의 패닉 구매(사재기 등) 현상이 나타나 선물가격 상승세를 견인하였다.
국가 간 곡물 이동을 위한 해상 물류 여건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이 각각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곡물의 경우 파나막스급 벌크선을 이용하는데, 생활필수품으로서 다른 원자재 대비 상대적으로 수요가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은 해 상 물류 여건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이다. 컨테이너선은 대체로 중국-유럽, 중국-아메리카 대륙을 왕복하는 항로로 운행되는데, 1~2월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로 중국항에서의 컨테이너선 계류, 적체 현상이 누적되면서 현재까지도 해상 물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나.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주요 곡물 수출국 조치 사항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이동 제한 및 정부 차원의 곡물 재고 비축분 확대와 수출 제한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인도는 3월 25일, 3주간의 전국 이동 중지(봉쇄) 조치와 함께 쌀 신규 수출 계약 및 출하를 중단하였다. 베트남 역시 쌀 신규 계약 중단 및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하였고, 4월 10일 수출 쿼터 40만 톤을 도입하였으나, 쿼터가 조기에 소진되자 22일에 50만 톤으로 확대하였다. 미얀마는 4월 1일 자국 내 공급 우려로 신규 쌀 수출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하였고, 캄보디아는 3월 5일 식량 안보를 위하여 쌀 수출 금지를 결정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밀 수출량을 2,020만 톤으로 제한하였다. 러시아는 4월부터 6월까지 밀, 옥수수, 보리 등의 곡물 수출 쿼터를 700만 톤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였는데, 4월 26일 쿼터 물량이 소진되면서 신곡이 출하되는 7월까지 신규 수출 계약이 중단되었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들은 4월부터 6월까지 원조 제공 이외에 제3국에 대한 쌀, 호밀, 밀가루, 수수 등의 곡물 수출 제한을 결정하였다. 세르비아는 3월 18일부터 밀, 설탕, 식용유 등의 수출을 중단하였으며, 최근 옥수수 수출 물량 역시 40만 톤으로 제한하였다

 

다. 해외 곡물 수입 관련 국내 영향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해외 곡물과 관련한 국내 수급 불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4월 기준 국내 식용 및 사료용 곡물 실수요업계는 3/4분기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주요 곡물 실수요업계는 8~9월 국내 도착분에 대한 매입 계약을 완료하였고,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창고와 항만 보유량, 해상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하여 평균적으로 1~3개월 사용분에 해당하는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파나막스급 건화물선을 이용하여 곡물을 수입하는데, 컨테이너선 대비 운송 흐름이 양호하여 곡물 도입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곡물 중 일부는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입되는데, 수출항에서의 선적 지연 문제 등으로 국내 도입에 차질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물량은 전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또한 통상 도착 기한을 명시하고 매입 계약을 진행하는데, 아직까지 도착 기한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므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어 주요 곡물 수출국에서의 수출 제한 조치와 항구 봉쇄가 단행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해외 곡물 도입 관련한 유의미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해외 곡물 도입 정책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책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