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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개발

코로나19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해외 곡물 도입 정책 진단(3)

4. 위기 대응을 위한 곡물 도입 정책 개선 방향 

가. 조기경보 시스템 개선 

현재의 조기경보지수를 통한 위기 단계 판별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다. 기존에 구축된 조기경보 시스템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곡물 수입 차질을 ‘위기’로 정의하고 관련 가격 변수들을 조기경보모형에 사용하는데, 현재는 공급 여건과 가격 수준이 안정적이어서 모형 상에서는 ‘위기’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에서 언급하고 있는 곡물시장에서의 ‘위기’란 과거의 위기 사례처럼 곡물 그 자체의 수급 여건이 문제가 아니다. 

각국의 수출 제한, 항구 봉쇄 조치 등 물류시스템의 장애에서 촉발되는 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구축된 조기경보모형 내에서는 이를 계량화할 수 없다. 위기 단계 판별에는 조기경보지수라는 정량지표뿐만 아니라 수출입 및 각국의 정책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정성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 기준 및 근거를 통해 발표되는 조기경보지수와 위기 단계에 대한 해석은 향후 발생할 위기를 미리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발생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취약 분야를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위기 대응 매뉴얼의 경우, 매뉴얼 구축 이후 이행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실제 위기가 발생할 경우 매뉴얼 이행 여부를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와 유관 기관, 실수요업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하여 정기적으로 곡물시장 모니터링 및 매뉴얼 관련 점검 사항을 공유하고, 에너지 분야(석유) 사례와 같이 가상 모의 훈련 및 지속적인 매뉴얼 수정·보완 노력을 통해 실제 위기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 해외농업개발을 통한 국내 반입 실효성 제고 

비상시 해외 곡물의 안정적 국내 도입을 위해 해외농업개발이 시행되었으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진출한 업체로부터 곡물을 도입하고 싶지만, 러시아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사실상 반입이 불가능한 사례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의 ‘반입 명령’은 전혀 발동되지 못한다. 일본은 과거 호주와 경제협정(EPA)을 통해 호주가 일본에 대한 수출 금지를 취하지 않도록 합의하였고, 남미 일부 농업 기업과의 금융 지원을 통해 해당 기업의 취급 물량의 일부를 일본에 수출하고 위기 발생 시에도 우선 공급이 가능하도록 합의하였다.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 해외 곡물 도입 정책 방향도 주요 곡물 수출국 및 곡물 관련 기업과의 협정을 통해 곡물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제기된다.

다. 민간 중심의 새로운 곡물 조달체계 구축

해외농업개발 실효성 제고와 함께 새로운 곡물 조달체계의 구축도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주도의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현재 유효한 해외 곡물 확보 정책은 해외농업개발이 유일하다. 그런데 국내 반입에 대한 실효성 문제와 해외농업개발의 주된 사업 목표 및 추진과제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점차 변경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곡물 조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해외 수출 엘리베이터를 확보하거나 해상 물류 분야에 투자하는 등 민간의 곡물 유통 분야 진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곡물 메이저와 경쟁하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기업이 취급하는 일정 확보 물량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나 금융 지원, 안정적인 국내 판
로 제공 등을 통해 평시에도 국내 반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고, 위기 발생 시에는 우선적으로 국내 반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조달체계는 정부의 직접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민간은 곡물 사업을 전담하여 국제 곡물시장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라. 해외 곡물 비축 제도 도입

마지막으로 곡물 비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주요 곡물 중에는 쌀과 콩에 한정하여 정부 비축을 시행하고 있다. 쌀과 콩은 다른 곡물에 비해 국내 자급률이 높고, 국내 생산 농가의 경영 및 가격 안정 차원에서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여 비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밀, 옥수수 등의 다른 곡물은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민간 주도로 곡물을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쌀과 콩의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비축’ 제도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 곡물에 대한 물리적인 비축 공간 및 비용 마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점에서 섣불리 현재의 비축제도를 적용하면 사회적 비용이 과다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비축에 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이후, 학계 및 업계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수입 곡물에 적합한 비축 방식을 고안하여 비축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5. 맺음말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2000년대 후반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을 경험한 이후,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곡물을 수입하는 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위기 대응 체계 구축 이후 곡물시장 안정기가 지속되면서 국민적 관심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곡물시장 위기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의 해외 곡물 도입 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에 그간의 추진된 해외곡물 도입 정책을 진단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각 정책이 어떠한 한계점 가지는지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향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해외 곡물 도입 정책의 개선 방향은 조기경보 시스템 개선과 민간 중심의 효율적인 곡물 확보체계 구축, 그리고 이를 위한 적절한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는 체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단기간에 수정 및 개선될 수 없는 사안이므로, 지속적인 점검과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향후 또 다른 유형의 위기가 발생할 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비교적 곡물시장이 안정기인 현재 시점부터 차근차근 위기 대응책을 마련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