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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개발

코로나19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해외 곡물 도입 정책 진단(1)

1. 머리말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2007~08년, 2012년과 같은 국제 곡물 가격 급등 시기에 곡물 수입 단가 상승과 국내 식품 및 배합 사료 물가의 연쇄적 급등 현상을 경험했다. 이후 해외 곡물의 안정적 도입과 국제 곡물시장 위기 대응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결과 ‘국내 곡물 생산 및 공급기반 확대’(공공비축제도, 쌀 소득보전 직불제,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식량 작물 공동(들녘)경영체 육성 사업)와, 해외에서 직접적인 곡물 생산과 곡물 유통 분야 진입을 통한 ‘곡물 확보와 조달 및 국제 곡물시장 모니터링’(해외농업개발,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 등의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여전히 50% 내외, 사료용 곡물을 포함할 경우 2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학계 및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곡물 도입 정책 평가를 실시한 결과, 평가자의 대부분(75.0%)이 향후 10년 이내 곡물시장 위기 재발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구축된 체계로는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하여 정책의 성과는 미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간 시행된 ‘해외농업개발’,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국제 곡물 조기경보 시스템’ 정책에 대한 개요와 전문 정책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곡물 도입 정책을 점검하고,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국제 곡물시장 위기 따른 곡물 도입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우리나라 해외 곡물 도입 정책

가. 해외농업개발

1) 추진 배경

우리나라는 식량 부족 문제에 대응하여 1960년대부터 해외농업개발을 추진하였다. 1960~70년대에는 「해외이주법」에 기하여 정부 주도로 남미 농장 개발 등을 추진하였으나, 사업 부지 선정의 부적합함, 영농 의지 부족 등으로 사업이 지속되 못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농업개발을 추진하였으나 영농 경험 부족과 수익성 악화로, 1990년대 들어서는 우리나라 외환위기 발생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대부분 철수하였다. 이후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국제 곡물 가격 급등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해외농업개발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2) 해외농업자원개발 종합 계획

불안정한 국제 곡물시장에서 해외 곡물의 안정적인 도입과 우리나라 농산업의 외연 확대를 위한 해외농업개발 종합계 수립이 요구되자 2009년 ‘제1차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기본계획(2009~2019)’이 수립되었다. 3년 후인 2012년에 ‘제2차 해외업개발 종합계획(2012~2021)’이 수립되었는데, 2021년까지 국내 곡물 소비량의 35%에 해당하는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하여, 해외농업개발 진출 지역 다변화, 확보 곡물의 국내 반입 활성화, 세계 식량 안보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화 등 주요 추진 과제로 선정하였다. 
2018년에는 ‘제3차 해외농업자원개발 종합계획(2018~2022)’이 수립되었는데, 농식품 산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한 우리 농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및 미래 식량 공급기반 마련을 목표로, 식량 안보 대응 체계 강화 및 정책 내실화, 해외농업 진출 분야 확대 및 산업 간 연계 강화, 민간의 해외농업 진출 및 정착 지원 등 5개의 주요 추진 과제를 선정하였다

 

3) 전문가 정책평가 결과

위기 대응 관점에서의 정책 방향 설정에는 평가자의 71.9%가 적절하다고 평가하였으나, 사업 운영 성과 측면에서는 평가자의 78.1%가 ‘확보 물량이 전체 수입물량을 대체하기에는 미흡(48.0%)’하고, ‘해외 진출 분야 한계 및 진출 기업의 낮은 경영 성과(30.7%)’와 ‘정책의 일관성 및 구체성 부족(13.3%)’ 등의 이유로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였다. 향후 정책 수정 방향으로서는 ‘위기 시 반입 가능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세부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 재설정’, ‘곡물 생산 중심의 해외농업개발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4) 해외농업개발의 한계점 

해외 곡물의 안정적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해외농업개발 정책의 한계점은 정책의 추진 방향이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초기 계획에서는 해외 곡물의 도입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기반으로 하위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최근에는 사업 목표가 대폭 변경되었다. 융자 지원 사업의 경우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지정하였으나, 2013년에 바나나와 같은 열대 과일과 특용 작물, 커피 등으로 융자 대상을 확대하였다. 이는 자급률이 낮은 곡물의 안정적 확보라는 사업의 근원적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8년 12월 기준 해외농업개발을 통하여 약 9만 ha의 면적을 개발하여 62만 2천 톤의 농산물을 생산하 였으나, 생산량의 80%에 해당하는 물량은 곡물 이외의 농산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생산량의 약 8% 수준인 4만 7천여 톤이 국내로 도입되었는데, 해외 곡물의 안정적 도입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사업 성과가 부진함을 알 수 있다. 한편, 해외농업개발물량의 국내 반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비상’시에 융자지원업체에 곡물 반입 명령 조치를 시행할 수 있지만, 평시에는 국내 반입과 관련한 규정이나 보조가 없어 해당 업체가 관련 사업을 지속할만한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국제 곡물시장 위기 발생 시에 해외농업개발 진출국에서 자국의 식량 안보 등을 이유로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할 경우의 대책이 부재한 실정이므로, 비상시 「해외농업개발협력법」에 근거한 반입 명령 이행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나.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1) 추진 배경

2007~08년 국제 곡물 가격 급등 이후, 정부는 곡물 메이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면서 보다 안정적인 해외 곡물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을 모색하였다.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은 외국 곡물 메이저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곡물 수입 방식과 달리, 국내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곡물 유통 사업에 진출하여 곡물 수입의 일정 부분을 독자적으로 도입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2)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 과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는 2010년부터 시장조사 및 민간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사업모델개발을 통해 자회사인 aT Grain Company(이하 AGC)를 설립하였고, 산지 엘리베이터 확보 작업을 진행하였다. 미국 일부 지역의 곡물 기업 인수를 타진하였으나, 수출 엘리베이터 없이는 국내 도입이 어려워 사업 우선순위를 수출 엘리베이터 확보로 변경하였다. 외국 기업의 수출 엘리베이터 확보를 위해 AGC가 투자를 제안하였으나, 과도한 프리미엄 요구로 협상이 결렬되었다. 한편 곡물 조달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국내 민간 기업의 EGT 곡물 수출터미널 지분의 현물 출자, aT의 정부출자금 현금 출자를 통한 곡물 전문 기업 설립을 추진하였다. aT는 민간 기업이 보유한 EGT의 지분을 인수하여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꾀했으나, 해당 기업의 유동성 문제 발생 등으로 엘리베이터 확보에 실패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국내에 도입된 곡물은 2011년 시범 도입 물량 1만 1천 톤 수준에 불과했고,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참여 민간 기업의 투자 중단 등으로 AGC도 사업을 청산하였다.

 

3) 전문가 정책 평가 결과

위기 대응 관련 곡물 조달 시스템의 정책 방향 설정에 대해서 ‘곡물 메이저 등을 통해 해외 곡물 수입이 어려운 상황 대비(34.8%)’, ‘위기 시 가장 확실한 확보 대책(33.3%)’, ‘우리나라 자체 식량 공급 능력 증대 한계(28.8%)’ 등을 이유로 평가자의 67.7%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을 재추진할 경우 바람직한 사업 형태로는 ‘정부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민간자본 중심 구축(59.4%)’, ‘정부와 민간 공동 구축(31.3%)’이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4)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 실패 원인

곡물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수반되는 고위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곡물시장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한 현지 진출로 단기간 성과에 매몰되었다. 또한, 곡물 메이저의 존재로 인한 진입 장벽이 높았고, 일본의 사례와는 달리 국내 도입 이후 안정적 판로를 위한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부족한 자금 조달 능력에 따른 협상력 부재, 장기적 관점의 투자 여건 부족,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이외에도 공급자와 국내 실수요업체 간 가격 결정 방법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 부담, 국내 도착 지연 시의 위약금과 반품·배상책임에 대한 문제도 존재하였다.